할리 베리, 미완의 흑진주, 꿈의 멘토로 거듭나길!
지난 날 자신의 미흡한 대처로 납치된 소녀가 사망한 후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조던(할 베리)이 6개월 후 같은 범인에게 납치된 소녀 케이시(애비게일 브레스린)의 구조요청 전화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911 콜센터와 납치된 케이시 사이에서 오가는 급박한 상황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영화 <더 콜>은 2004년 크리스찬 베일...
View Article야구치 시노부의 와 함께 본 일본영화의 4가지 경향
얼핏 보면 굉장히 다양한 것 같지만 크게 요약해 보자면 긍정, 느림, 허무, 역설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일본영화에는 유사한 ‘통속성’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현대 세상 풍속과 인정 비화를 제재로 하는 통속적인 극’을 뜻하는 ‘신파新派’와 가부키로 대표되는 ‘시대극’이 일본 영화의 근간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 아래 일본영화의 세밀한 표현법, 순화된...
View Article, 세밀한 아날로그의 추격자들
<세븐 데이즈><몽타주>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서막을 알린 작품으로 2007년의 <세븐 데이즈>를 꼽을 수 있다. 변호사가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이자 스릴러 장르는 모험이었다.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세븐 데이즈>가 내세운 카드는 두 가지였다. 당시 미드 <로스트>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김윤진을...
View Article화두話頭, 그 실마리 :
화두(話頭).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서>를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한 첫 번째 단어라, 이 칼럼을 시작하는 첫 번째 단어로 사용하고 싶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이야기의 첫머리, 불교용어로는 참선 수행을 위한 실마리를 이르는 말이다. 즉, 화두(話頭)란 참선 수행자가 궁극적으로 그 해답을 찾고 싶어 하는 근본적인 문제인 셈이다....
View Article구원과 허상, 그 데칼코마니의 기록 :
<매그놀리아> 이해할 듯하면 비틀어 버리고, 공감하려는 순간에는 냉큼 고개를 돌려 버린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는 그랬다. 그의 1999년 작품 <매그놀리아>를 예로 들어 보자.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죄를 파고들면서 인간의 살갗을 가르는 메스처럼 날카롭게 생채기를 낸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죄인이라고 나지막이...
View Article일상의 공포, 그 두터운 내러티브의 은유 : 나카타 히데오
<링>눅눅하게 젖은 듯한 몸, 소름이 돋는 관절꺾기, 돌아보면 어느새 나의 공간과 생활 속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올 것만 같은 공포. 밤늦게까지 켜져 있는 TV 화면, 종일 눈앞을 떠나지 않는 모니터, 누군가로부터 불쑥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 나카타 히데오의 1998년 영화 <링>의 공포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친숙하게 개인의 생활...
View Article애니메이션 , 깊이 강요하지 않는 건전한 쾌감
이상기후 때문에 방학보다 너무 일찍 여름이 찾아오고, 끝나는 시기가 너무 길어져서 흠이긴 하지만 명백히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학생들에게는 꿀 같은 방학기간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보면, 시민회관 같은 곳에서 여름방학 마다 찾아오는 <로보트 태권브이>와 <마루치 아라치>정도가 즐길만한 어린이 영화였다. 딱 한군데 있는...
View Article봉준호의 관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봉준호답지 않다는 것, 봉준호답다는 것2000년 어느 날, 텅 빈 극장에서 <플란다스의 개>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 실종 사건을 둘러싼 서민 아파트 주민들의 소동을 그린 이 코미디는 사람들의 비루한 욕구를 코미디에 담아낸다. 솔직히는 지독한 농담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낄낄대고 웃다가, 대체 내가...
View Article토닥이는 손길, 속살거리는 위안
정말 간만에 만난 친구를 통해 연락이 끊긴 다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소식도 직접 연락을 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여행까지 갔다 오고 잘 사는 것 같더라.’거나 지금도 여전히 ‘드라마 얘기만 늘어놓는 것 같다.’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얻은 단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현실의 친구 대신 페이스북의 친구가 모두 자신의...
View Article꼭꼭 숨지 못한 머리채 휘어잡기
가장 편안해야 할 개인의 공간에 불쑥 찾아온 낯선 침입자. 견고하게 지켜져야 할 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순간, 드러나는 개인의 공포와 이기심은 생각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다. 허정 감독의 <숨바꼭질>은 얼핏 반짝이는 것 같지만 모래성처럼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 중산층의 허영과 위기의식을 아파트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생생하게 현실로 불러온다. 1970년대...
View Article죄의식과 그 책임감을 품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영화를 말하기 전, 역사적 죄의식과 죄책감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전적 의미로 죄책감이란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는 마음’이며, 죄의식은 ‘저지른 죄과나 잘못에 대하여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죄에 대해 의식하는가와 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가에 대한 명백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지만, 선조들이 자행한 역사적인...
View Article묻지마 난도질, 순수 피칠갑 영화의 쾌감: 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
이거야 원. 포스터만 봐도 대충 감이 잡힌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선생이 학생을 몰살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사제지간의 성추행, 동성애 등)과 폭력 등을 버무려 놓지만, 이는 추악한 교육 현실을 고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그냥 고등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처럼 펼쳐진다. 그러다 선생의 연쇄살인과 조금도 망설임...
View Article성기를 나눠가진 가족의 비극 : 의 김기덕
해외영화제 수상에 대해서 호들갑스러운 언론과 관대한 비평가, 변덕이 심한 관객들 사이에서 김기덕 감독은 늘 오해 받는다. 아니, 오해받는 다기 보다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 같다. 때론 그의 가치를 정확히 짚어내는 심미안을 가진 수집가가 작품을 구매하려는 의사를 보일 때, 액자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입을 앙다무는 고집쟁이 화가처럼, 김기덕은...
View Article구구절절 혹은 일맥상통의 힘,
개봉 3일차에 봤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상>을 본지라 입소문도 충분히 떠돌고 있었다. 생각보다 별로다. 충분히 재미있다. 그리고 조정석이 조선시대의 납뜩이가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 대부분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참 구구절절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구구절절하다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지...
View Article결핍 혹은 과잉, 그러나 충분히 유쾌한
소심한 범죄를 일삼던 그루가 달을 훔치려다가 세 자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 유쾌한 소동극 <슈퍼 배드>는 2010년 갑자기 나타나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산뜻하게 훔쳤다. 제임스 본드 영화 못지않은 신무기와 무섭다기 보다는 귀여운 악당들, 명백히 3D 효과를 겨냥해 만든 다양한 장면들과 고아 소녀와 맺어지는 악당이라는 마음을 움직일 충분한...
View Article쓰고 독한 맛, 깊고 내밀한 시선
한국영화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2013년 상반기 천만관객을 넘긴 <7번방의 선물>에 이어,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신세계>로 이어지는 연속 흥행은 하반기에도 계속되어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감기>, <숨바꼭질>그리고 곧 천만 영화가 될 것 같은...
View Article그럼에도 희망이 필요한 이유,
2011년 개봉하여 흥행에도 성공했던 <도가니>는 솜방망이 처벌에 가해자들이 득세하며 사는 우리나라의 현실, 그 처참한 바닥을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2012년 <돈 크라이 마미>, 2013년 <공정사회>로 이어지면서 아동 성폭행을 다룬 영화들은 그 비극성을 강조하고 사회의 공분을 끌어내며, ‘정의’와 거리가 먼 사회를 향해...
View Article포르노 배우가 된 여인의 수난사
린다 러브레이스의 <딥 스로트><인사이드 딥 스로트> 2005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 Inside Deep Throat>는 1972년 미국에서 개봉해 영화사를 한순간에 바꿔버린 전대미문의 포르노 <딥 스로트 Deep Throat>의 제작비화를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포르노의 전설이...
View Article무한 우주에서 개인의 심장을 품다
※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가 나왔다 치자. 마이클 베이의 <아마겟돈>같은 영화라면 가볍게 젖히고,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같은 영화라면 즐겨보는 편이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2006년 알폰소 쿠아론이 감독한 <칠드런 오브 맨>같은 SF라면 추천하면서 본다. 무슨 말이냐...
View Article균형과 과장 사이에서 제 길을 찾다 -
<밀리언달러 베이비><체인질링>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균형이 잘 잡힌 영화였다. 영화는 절대 관객을 교화시키거나 억지로 설득하지 않는다. 장르영화의 법칙을 따르면서 대중성을 배제시키지도 않는다. 게다가 화자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다소 고루해 보이는 내러티브조차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면 그 자체로 설득력을...
View Article